♧ 책머리에 …나이가 드는 것에 비례하여 삶의 지혜로운 눈도 가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매사에 여전히 어리석고 모자라다. 하지만 늙는다고 서럽기만 할까. 인생의 무거운 짐을 부려놓고 서산에 지는 노을을 지긋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나이에 이르니 차라리 홀가분하다. 그동안 힘들었던 삶으로부터 비워지는 시간, 바람 자고 물결 고요해지는 시간에 노을을 바라볼 때는 한없이 황홀하다. 하루가 저물 때의 노을이 아름답고 가을이 깊어져야 귤 향도 짙어진다 하거늘, 내게 그런 시간이 왔다. 태어난 지 엊그제 같던 손주가 감귤처럼 무럭무럭 자라 혼자 힘으로 걸어 다닌다. 저들의 영롱한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이 세상도 더욱 밝고 아름다워지기를 소망해 본다.… ♧ 노을에 물들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서쪽 하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