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항선 – 김황지 역사 밖 의자에 햇살이 졸고 있다 상 하행선 시간표도 침목 위 철로도 기다림에 늘어지고 가까스로 웅천역에 멈춘 열차 무창포에서 잡은 해산물과 속 찬 가을 텃밭 한 평 떼어 싣고 서울로 향한다 내 젊은 날을 운반하던 장항선 지금은 어느 청춘을 북적거리는 서울역에 부려놓는가 급행도 완행도 종점은 한 곳인데 혼자 남아 눈시울 붉히는 먼 산 장항선 천천히 웅천역을 떠난다 ♧ 무명용사 유월이 오면 전설을 노래한다 총성과 포성 사선死線을 넘나들던 용사들 서서히 잊혀져 간다 흙에서 자라 흙으로 돌아간 이들의 선혈 산하는 붉고 뜨거운데 승리는 희생으로 피는 꽃 불후의 서사가 되고 유성처럼 스러져 잠든 영혼 하늘에 올라 별이 되어라! ♧ 보랏빛 생 – 엄선미 아침 햇살에 나팔꽃 웃음이 쏟아진다 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