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들의 저울 - 김명숙 새들에겐 저울이 있다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새들은 발바닥 저울을 믿는다 무게를 재지 않아도 중심을 잡고 사뿐히 내려앉는 저 믿음 한 치의 오차라도 생기면 날개가 추락한다는 걸 알기에 그들의 믿음엔 흔들림이 없다 세상의 부모는 사랑을 무게로 재지 않는다 자식의 일 앞에서는 윤리 도덕이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잠시 잠깐 휘청대다가 이내 중심을 잡고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새들처럼 헌신의 수레바퀴를 돌린다 ♧ 순간의 꽃 - 나병춘 돌에도 꽃이 피랴? 종일 돌아 앉아 돌덩이인 자신을 탓한다 하지만 햇살이 다가와 꼭 껴안아 주자 그늘에만 숨던 마음 화사하게 풀어놓는다 어디선가 흰나비 하나 위로하듯 어깨에 사뿐 앉는다 뜬금없이 나비가 떠나가도 결코 잊지 않으리라 그 오붓한 순간 꽃자리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