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주검 참새가 죽었다 한 뼘도 안 되는 풀들도 함께 죽었다 아직 어깻죽지의 근육은 하늘로 치솟아 있고 잔털은 바람을 불러 세우는데 분주했던 공중의 날들 기록되지 않을 역사이며 깃털같이 가벼운 생이었지만 별것 아닌 생이 어디 있냐고 길 없는 하늘에 길을 내며 한 뼘 한 뼘 걸어온 허공이 모두 길이 되기까지 새털 같은 날들 그렇게 다녔다면 창공도 깃털로 낸 한 길 어느 외로운 주검에 관한 기사가 인터넷 뉴스 모퉁이에서 광고 박스에 눌려 있다 ♧ 비누 대리석 위를 걷는 경쾌한 맵시 본 적 있나요 만지지 말아요 커지는 것들은 모두 거품이에요 이는 거품만큼 자꾸만 작아져요 모양은 취향일지 몰라도 향기는 숙명이에요 오늘 하루도 젖은 몸 말리며 거품을 지울 거예요 ♧ 묵상 나는 지금 토끼풀의 조바심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