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산도 곶자왈 - 오순금 용암이 흐른 자리 돌무더기 가시덤불 가다가 숲이 되고 가다가 그리움 되어 제삿날 어머니 무덤가 새소리나 놓고 간다 ♧ 아버지 - 오은기 ‘조금만 더 기다려 줍서’ ‘샛년 지금 감수다’ 돈내코 굽이굽이 돌아드는 물결처럼 화급한 나의 마음을 신호등이 막아선다 왜 이러나, 두 달 전쯤 간 장마가 왜 또 이러나 일본 중국 거덜 냈으니 다시 우리 차례라고 온종일 가을배추가 잠기도록 비가 온다 저녁 일곱 시 쯤 느닷없는 어머니 전화 세상에 눈 감는 일 ‘조금만 더 기다려 줍서’ 오늘이 생신이신데 뭐가 그리 급하신지요? ♧ 세천포구 - 이미순 위미리 동백숲은 간세 간세 간세다리 큰엉과 쇠소깍 사이 양푼 하나 달랑 들고 올레길 5코스 따라 동박새 재잘댄다 여름날 물때 맞춰 상군해녀 똥군해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