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망울 대롱대롱 여린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은 물의 눈망울이다 나무는 세상을 보고 싶어 물방울로 눈망울 만들어 눈을 떴다 그 맑은 눈망울로 나를 보고 들여다보는 나도 눈망울이 되고 물방울이 된다 여린 바람에 눈망울이 달아날 것 같아 어쩌나 안쓰러움이 더해져간다 눈망울이 되고 물방울이 되어 나무는 우주를 본다 물방울 속에 눈망울이 있고 눈망울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눈망울이 있고 우주가 물방울로 비친다 이상하게도 가늘고 여린 가지만이 물방울로 눈망울을 만들 수 있다 바람도 없이 가는 비가 내리는 날은 우산도 싫고 모자도 싫다 아주 느리게 한발한발 숲길로 들어서다보면 어느새 나는 온몸에 푸르름이 돋아나는 나무가 되고 만다 ♧ 수평선 아직도 바다를 보면 유년의 바다 속으로 풍덩 빠져든다 누렁이 데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