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 능수버들 사이 물안개 자욱한데 새벽마다 머리 내밀고 창공을 유영하는 꿈을 꾸었던 시절이었다 끝내 중력을 이기지 못해 물 위에 파문만 내던 시절이었다 꿈은 마른하늘에서도 지느러미를 세우고 그림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창공에 풍경을 만들고 스스로 갇힌 허공에 바람을 끌어와 소리로 파문을 내는 붕어 한 마리 ♧ 비 오는 날 숲속 초목들 운다 개복숭아 나무가 망개 넝쿨이 산수국 돌배나무 온몸 눈물범벅 되어 운다 체면 가식 다 버리고 한 번쯤 울어보라고 천둥처럼 통곡해 보라고 회초리 자국 어루만지며 눈물 떨구시던 엄니 그리워서 숨어 우는 청개구리 곁에 서서 그렇게 울고 싶다 ♧ 화석과 바람 숨을 멈춘 지 몇 년 그것은 역사 이전의 사건 명치끝 잔뜩 힘주고 어금니 곽 깨물고 참았다가 확 뱉어낼 때 큰 짐승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