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7 -바닥 도로가 움푹 파여 빗물이 고였다 어디에도 스미지 못하고 흐르지도 못하고 고인 빗물 같은 사람들 새벽마다 드럼통 불꽃만 바라보며 꾸역꾸역 모여 있다 누렇게 고인 빗물 속에도 맑은 하늘이 들어와 앉았다 ♧ 어느 날․9 -미호천에서 하늘이 산머리를 쓱 베어 먹고 구름으로 덮어 놓았다 그 앞으로 기러기 떼 줄 서 있고 미호천 갈대밭은 쏴아쏴아 연신 몸 씻는 소리만 내고 ♧ 어느 날 · 10 -폭설 산골 마을에 적막이 쌓이네 솔가지 몸 털 때마다 적막이 적막을 깨네 산 너머 도시 요란한 소음들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하얀 적막으로 내리네 ♧ 노을 구름은 하늘에 고인 물 서쪽 하늘은 거대한 호수 붉게 끓는 호수 지평선 팽팽한 저녁 비행기 하나 노를 젓는다 ♧ 탱자나무 울타리 마알간 하늘로 참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