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려니숲 – 우은숙 눈을 뜬 숲 언저리 저녁이 둘러앉아 두고 온 당신을 달이라 부른다 속눈썹 짙은 그리움 심장이 익기까지 ♧ 섬의 섬 - 이숙경 들랑대는 된바람 한바탕 몸을 풀려나 바닷길 지워지고 하늘길 닫혀가는데 남으로 문을 연 포구 거먹구름 가득하네 그 섬에 닿고 싶어 범섬 배지느러미에 그 섬을 품고 싶어 섶섬 가슴지느러미를 사나흘 격랑 속에서 섬을 붙드네, 서귀포 ♧ 제비 – 이태순 쉿! 저기 봐 제비가 새끼를 품고 있어 밥 냄새가 번지는 서귀포 어느 저녁 처마 밑 세 들어 사는 몸 부비는 저 식솔 ♧ 봉봉, 한라봉 – 변현상 한라봉을 까먹으며 봉 먹는 줄 모르다니 기회다 영끌이다, 아파트가 봉 된다는 봉이야! 봉 잡아라! 봉에 빠진 숱한 봉들 처음엔 탱자였지 아니 유자였었나 탱자가 유자였고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