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의 소리 – 석연화 그대여 목소리를 낮추어 주십시오 속삭여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재잘거리는 새들의 소리가 있습니다 마음을 열어 주십시오 뺨을 더듬는 바람소리가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주십시오 수줍게 터뜨리는 꽃망울의 신임소리가 있습니다 그대여 시인의 마음이 되어 주십시오 이 기막힌 윤회의 소리가 당신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 봄꽃의 첨병 – 성명순 뒤에 서 본 적이 없다 눈보라 온몸으로 헤치며 걸어온 언덕에 비로소 벙근 매화 나를 보고 모두 저마다 꿈을 보이라고 당당히 외친다 ♧ 아주 짧은 소설처럼 – 손현숙 통유리 창가에 하품으로 앉아서 아슴아슴 햇살을 읽네 화장도 하지 않은, 매캐한 암향이 하늘 문을 연다 구름 속에 구덩이를 파고 푸른 질의 여자가 발목을 내린다 남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