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도 아닌 자*의 섬 – 원양희 당신은 어느 해변에서 어느 계곡에서 어느 바위굴에서 어느 오름에서 모래가 되었나요 바람이 되었나요 사랑하는 이들이 눈앞에서 핏방울로 살점으로 흩어져 갔나요 뜨거운 각막의 고통, 기억의 세포마다 대못이 박혔나요 천 조각 만 조각 갈라진 가슴 부여잡고 비명조차 삼킨 채 숨죽여야 했나요 추위보다 배고픔보다 더 혹독한 건 사람이 사람을 믿을 수 없는 막막함이었나요 생명이 생명이지 못했던 폭력 앞에 광기 앞에 푸른 하늘 푸른 바다만 서럽게 서럽게 바라보았나요 아직 섬을 떠나지 못한 당신 영혼은 긴 침묵의 시간 건너 겹동백 붉은 꽃잎으로 피었나요 생채기 선명한 잎사귀가 되었나요 보랏빛 순비기꽃으로 피었나요 하얀 나비로 날아올랐나요 --- *파울 첼란의 시 『찬미가』중. ♧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