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2023/04 16

계간 '제주작가' 2023년 봄호의 시(2)

♧ 긴 무덤의 끝 – 김순남 겨를 없이 뱃길에 떠밀려 대전형무소 차가운 벽에 머물던 귀향의 꿈은 실핏줄마다 그물을 엮었다 짐짝처럼 트럭에 실려 여명을 덜컹거리며 곤룡재 넘을 때도 죽음이 죽음을 덮는 골짜기가 될 줄은 몰랐다 수로처럼 길게 파놓은 구덩이 앞에서 머리 박고 엎드려 살려달라는 말조차 잊었다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뼈와 혼령이 산처럼 쌓인 골령골 세상의 가장 긴 무덤의 끝에서 비바람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시간을 닦는다 죽음을 이겨낸 사월 바람이 밭갈이 때 나온 뼛조각을 비료포대 걷어내고 늙은 누이가 젊은 사진 품고 울었다 오빠! 오빠! 늙은 아들의 색 바랜 엽서를 움켜쥐고 울었다 아버지! 아버지! 부름과 부름이, 눈물과 눈물이 삽을 들고 긴 무덤의 끝을 씻는다. ♧ 봉근물 – 김순선 한수기곶 ..

문학의 향기 2023.04.30

우즈베키스탄에서 본 마로니에

□ 여행 중, 많이 보았던 마로니에 꽃 마로니에는 ‘나도밤나뭇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으로 잎은 마주나고 손꼴 겹잎을 이루며 5~6월 1개의 꽃대에 100~300개의 꽃이 핀다. 열매는 공 모양이며 겉에 가시가 있다. 유럽 남부 지중해 지역이 원산으로 세계 4대 가로수 중의 하나이고, 가로수와 정원수로 세계 각지에서 심는다. 잎이 7개로 되어 있어 흔히 ‘칠엽수’로 부르나 같은 칠엽수 속에 속하는 일본 칠엽수와 유럽의 마로니에는 서로 달라 구별을 한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나무들은 유럽에서 흔히 마로니에라 부르는 나무와는 다른 종이다. 이는 경성제대 시절 일본인 교수가 심은 일본 칠엽수이고, 조사 결과 진짜 유럽의 마로니에는 3그루 정도라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을 통해 오고 갔는데..

아름다운 세상 2023.04.29

김순선 시집 '사람 냄새 그리워'의 시(1)

♧ 시인의 말 앞을 향해 숨차게 달려오던 일상에서 잠시 쉬어가게 되었습니다 병실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하여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다시 걸어갈 길올 생각합니다 함께 옷깃을 여미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병실에서 출근하는 여자 낮에는 큰 딸이 엄마 곁을 지킨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소꿉놀이하듯 소곤소곤 조용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엄마 생전에 나도 저런 시간이 있었던가? 저녁에는 막내딸이 바늘에 실 가듯 달려온다 조용히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맛있는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생글생글 직장생활로 피곤할 만도 한데 하루도 빠짐없이 병실에서 출근하는 여자 따스한 햇귀 같은 효녀 꽃이 날마다 아름답게 피어나는 병실 ♧ 허공에 쓰는 편지 시설에서 왔다는 병실에서 만난 여인 날마다 허공에 편지를 쓴다 해독할..

문학의 향기 2023.04.28

아르메니아 가르니 주상절리

♧ 4월 16일 일요일 맑음 아르메니아 예레반에서 동쪽으로 약 23km 거리에 가르니 주상절리(柱狀節理)가 위치해 있다. ‘주상절리’라면 ‘마그마의 냉각과 응고에 따른 부피 수축에 의해 생기는 다각형 기둥 모양의 금’을 말하는데, 이곳의 주상절리는 생성연대나 그 현상을 추측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흔히 ‘돌의 교향곡’으로 불리는 일련의 주상절리는 아자트 강을 따라서 길게 펼쳐져 있다. 마을에서 4륜구동 차를 갈아타고 입구에 이르러, 계곡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그 위용과 규모에 할 말을 잊는다. 냇물에 의해 천천히 드러났을지 모르겠지만 아래쪽으로 이어지는 주상절리는 겉으로 드러난 모양이나 형태가 신의 솜씨라고나 할까?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다. 더욱이 나무와 냇물이 ..

해외 나들이 2023.04.27

계간 '제주작가' 2023년 봄호의 시

♧ 개 ᄀᆞᆺ디서 - 강덕환 -진아영 할머니는 월령 바닷가에 살았었지요 이시나 어시나 하나 족으나 돌 트멍 베르쌍 촐레ᄀᆞ심 봉가보젠 갯ᄀᆞᆺ디 나왕 젓엄주만 대구덕은 ᄀᆞ득이지 못ᄒᆞ곡 손만 바싹 실릅다 ♧ 저 궁극의 해원을 보자 - 김경훈 ㅡ구좌 연두망 4․3해원상생제에 부쳐 이 바람 속에 언뜻 함성이 들리거든 그날의 빛나는 바다를 보자 호오이 호오이 숨비소리 빗창으로 나섰던 그들의 맑은 눈동자를 보자 이 빗속에 얼핏 울음이 들리거든 그날의 어둔 밤하늘을 보자 꺼이 꺼이 속울음 울며 형장으로 끌려가던 그들의 슬픈 뒷모습을 보자 이 땅 위에 문득 온기가 느껴지거든 구름을 밀어내는 바람 속에서 어둠을 물리치는 햇살 속에서 망사리 가득 웃음 머금고 날혼들을 어루만지는 그들을 보자 서로 눈물 거두고 어우르는..

문학의 향기 2023.04.26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코카서스 산맥

♧ 4월 19일 수요일 맑음 우리 일행은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를 떠나,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인간에게 전했다가 제우스신의 노여움을 사서 코카서스 산 절벽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肝)을 쪼아 먹게 했다는 신화(神話)와 관련된 현장으로 알려진 카즈베기 산으로 갔다. 먼저 러시아와 조지아 친선 목적으로 세워진 전망대가 있는 구다우리에 들러 전망대 속의 그림을 보며, 주변을 둘러본 뒤 카즈베기로 향했다. 러시아 국경이 20km밖에 안 된다는 이곳 산맥을 넘는 도로엔 짐을 실은 커다란 차들이 엄청나게 긴 줄을 이룬다. 길이 좁아서 가는 듯 마는 듯하고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다고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다다른 곳, 마을 옆에 있는 주차장엔 4륜구동 차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가 5명씩 태우고, 꼬불꼬불 게르게..

해외 나들이 2023.04.24

코카서스 3국 여행 일정

4/10(월) 09:00 제주공항 집결 16:35 인천공항 출발 20:06 우즈베키스탄 도착(타슈켄트) 1박 4/11(화) 오전 전용차량 이용 구도심 하즈리티 이맘사원, 바자르 재래시장 14:40 타슈켄트 공항 출발 16:35 아제르바이잔 바쿠 공항 도착 1박 4/12(수) 전일 *전용차량 이용 아데시가흐로 이동 실크로드의 중요 무역로 올드바쿠, 쉬르반샤 왕궁 메이드 티원, 카스피해 해안공원, 바오밥나무, 선인장 화원 헤이다르 알리예프 기념관, 예술 건축 관람 후 1박 4/13(목) 전일 고부스타로 이동 유전지대, 박물관암각화, 주메 모스크, 카라반 사라이(유네스코 유산) 관람 4/14(금) 호텔 조식 후 전통시장 구경, 국경지대로 이동, 조지아 입국 후 시그나기로 이동 와이너리 방문, 시음과 식사. 보..

해외 나들이 2023.04.10

코카서스 3국 여행

저는 내일(10일) 아침에 출발하여 코카서스 3국을 돌아보고 22일 낮에 돌아오겠습니다. 그 동안 매일 저의 방에 찾아오셔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서는 미안하지만 옛 글을 뒤져 보면서 기다리십시오. 멋진 사진과 이야기를 갖고 와서 들려드리겠습니다. 코카서스는 현지어로는 캅카스, 러시아어로는 카프카스 등으로 불리지마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유럽의 최고봉인 엘브루스 산을 포함하는 캅카스 산맥이 있으며, 특히 대캅카스 산맥은 동유럽과 서아시아를 구분 짓는 경계로 삼아 왔다. 우리에게는 그리스 신화로 잘 알려져 있는데, 신화에서 캅카스는 세계를 떠받치는 기둥 중에 하나로 현생 인류가 불을 선물로 받은 이후로,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에 의해 사슬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해외 나들이 2023.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