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의 유혹 - 김정범 조용한 거울, 심장의 혈관이 보이는 공기의 호수에 서 있었다 바람에 깨지는 물비늘 파랗게 놀란 죽음의 지느러미가 돋아났다 물 아래서 쓸려가는 것들, 절대 돌아오지 않을 침묵의 입술 가슴이 하얀 부레 오월, 그 헝클어진 하늘색에 금빛 피라미처럼 몸을 던져 물과 사투를 하고 싶었다 한참 동안 중력에 끌려 몸을 가누지 못했다 떠 있는 나뭇잎에 검은 송충이가 기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 왕생에 대하여 – 김석규 왕생이란 반드시 죽은 후의 세계가 아니라 살아가면서 마음을 바꾸면 가는 곳이다 항상 마음 하나 정갈히 하는 것이 곧 왕생이니 살아 있으면서 확실한 무엇도 하나 파악 못 하는데 어찌 죽어서 가는 일에 믿음이 생길 것인지 ♧ 신언잠新言箴 – 洪海里 세상에 입맛대로 되는 일이 어디 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