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성강을 건너다 바다에도 강이 있다 힘줄 같은 강이 있다 우도와 성산 사이 ‘우성강牛城江’ 건너러면 갈매기 네댓 날리며 과자 뇌물도 바친다 시인 강중훈 고향 오조리도 흘려보내고 내 누이 시집 살던 종달리도 흘려보내고 보내고 남은 사람만 그 죗값이 푸르다 천진항 뱃고동 소리 마지막 울고 나면 어느 집 올레인들 이별 없이 버텼을까 물 천장 막 깨고 나온 숨비소리 저 갯메꽃 ♧ 저 말이 가자 하네 사진작가 권기갑의 말 한 마리 들여놨네 고독은 고독으로 제련하란 것인지 삼백 평 눈밭도 함께 덤으로 사들였네 십년 넘게 거실 한켠 방목 중인 그 말이 불현듯 투레질하네 이 섬을 뜨자 하네 나처럼 유목의 피가 너에게도 흐르느냐 살아야 당도하는 사나흘 뱃길인데 해남인지 강진인지 기어이 가자 하네 고향도 하룻밤 잠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