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 무덤의 끝 – 김순남 겨를 없이 뱃길에 떠밀려 대전형무소 차가운 벽에 머물던 귀향의 꿈은 실핏줄마다 그물을 엮었다 짐짝처럼 트럭에 실려 여명을 덜컹거리며 곤룡재 넘을 때도 죽음이 죽음을 덮는 골짜기가 될 줄은 몰랐다 수로처럼 길게 파놓은 구덩이 앞에서 머리 박고 엎드려 살려달라는 말조차 잊었다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뼈와 혼령이 산처럼 쌓인 골령골 세상의 가장 긴 무덤의 끝에서 비바람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시간을 닦는다 죽음을 이겨낸 사월 바람이 밭갈이 때 나온 뼛조각을 비료포대 걷어내고 늙은 누이가 젊은 사진 품고 울었다 오빠! 오빠! 늙은 아들의 색 바랜 엽서를 움켜쥐고 울었다 아버지! 아버지! 부름과 부름이, 눈물과 눈물이 삽을 들고 긴 무덤의 끝을 씻는다. ♧ 봉근물 – 김순선 한수기곶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