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뿌리꽃 온 산야 뿌리까지 다 타도록 불을 확 질러버릴까 부다 아, 이 가을에 피 뜨겁게 큰 일 하나 저지르고 싶다 ♧ 겨울 동백 나무에게 있어 꽃이 눈이라는 것을 그 꽃눈이 등불이기도 하다는 것을 하얀 옷을 입은 동백을 보면 안다 그 눈빛은 고요하고 그윽하다 동백 곁에 오래 서 있어 보면 안다 동백이 세상을 밝히려 꽃 등불을 흔들 때마다 종소리가 난다 어떤 눈 먼 이는 그 종소리를 듣고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고 한다 ♧ 수선화 수선화는 물의 영혼이 지상에 드러낸 자태 칼날 바람 속 언 땅 보듬고 하늘을 우러러 보며 공양 올린 손마다 금잔옥대다 우구를 위한 애절한 서원인가 추사선생이 절절이 사랑했던 수선화 꽃향기는 꽃이 하는 말 파르르 파동하는 묵언의 소리를 보라 ♧ 순비기나무를 위하여 -순비기란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