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댓불 - 양시연 내일 비가 오려는지 노을이 참 곱다 이런 날 포구는 참았던 말 문 트이고 견디지 못한 그리움 심장마저 붉어진다 처음 나가는 배가 켜고 끝에 오는 배가 끈다는 자구내포구 저 도댓불, 왜 꺼져 있는 걸까 어쩌면 오래전부터 고기잡이 안 나갔나 봐 파도도 기웃대다 스을쩍 그냥 가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한 갯메꽃 노을빛 따라 올라가 제 몸 살라 불 켠다 돌아오지 못한 영혼 있기는 있는 걸까 도댓꽃 보려나 위리안치 내 사랑 이 가을 끝물쯤에는 저 불마저 끄고 싶다 ♧ 군산 고모 – 김미영 여태껏 흰 빨래는 널어보지 못했다 경암선 철길 따라 다닥다닥 들어선 집 기차도 여기선 슬쩍 신음 한번 하고 간다 ‘가수 된다’ ‘가수 된다’ 집 밖으로 나돌더니 어느 네온 불빛에 정분이 났나 보다 이따금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