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법정사지에서 – 강상돈 고지천을 가로질러 한참을 올라갔지 법정악 허리춤에 흔적만 남은 돌담 지치고 힘든 세월을 에워싸고 있었다 법정사란 이름도 샘물 있어 불렀다지 그 물로 밥 짓던 솥 검붉게 녹이 슨 채 외진 곳 틈바구니에서 속울음을 토해낸다 승려도 신자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죽음으로 맞선 곳, 맨 몸으로 맞선 곳 왜경들 총격 앞에서 피할 겨를 없었다 이곳에선 바람조차 흐느끼지 않는다 봄볕에 취한 신록이 절룩거리며 가고 그날*을 증언 하는가 까마귀소리 요란하다 ---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이 일어난 1918년 10월 7일 ♧ 법정사에 핀 동백꽃이여 – 강태훈 법정사에도 4월의 동백은 피를 토하듯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1918년 9월 법정사에서는 민족혼이 투철한 스님들의 주도하에 항일의 주민 봉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