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冬栢 - 이학균 우주 하나가 떨어졌다 설레는 첫사랑 하나 운석보다 무겁고, 한설寒雪 속에서 더 짙어진 사랑은 죽어서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모습 그대로, 네 심장에 직선으로 꽂히는 불꽃같다. ♧ 봄비 – 위인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또 다른 핑계를 댄다 만취된 하루가 띄엄띄엄 먹구름 사이로 나타날 때 봄은 왔으나 봄이 아니다 노지에서 탈의한 죄 땅속 양분을 훔친 죄를 씻어내는 거룩한 의식 밤새 성수를 뿌려 세례를 하고 있다 각질 같은 죄가 사해지는 봄 용서 받은 땅에서 새로운 삶이 움트고 있다. ♧ 소금 – 김용태 아무리 먹어도 포만감을 모르는 저 바다는 잡식성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무언가를 삼켰다 뱉어 내면서 성난 물살을 물어뜯기도 하고 태풍으로 멀리 밀어내기도 한다 그걸 알고 있는 염부는 바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