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작품] ♧ 들풀 – 민병도 허구한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며 쓰러져 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 민들레 방점 - 권숙월 민들레는 책벌레다 바람의 글씨, 물의 문장, 구름의 책 언제 다 읽어내려는지 시험 공부하듯이 중요한 대목마다 방점을 찍어간다 그의 오래된 꿈은 하늘의 백과사전에 방점을 찍어보는 것이지 아기별들과 밤새워 사진 속 온갖 사연들을 읽는 것이지 부푼 꿈 이루려 날개를 달아보지만 아직은 머나먼 기다림이다 봄이 펼쳐놓은 이야기책에 방점을 찍는 밤이면 그 기다림은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 온다 ♧ 앉은뱅이꽃 – 김연동 여리고 작은 꽃이 시위하듯 피고 있다 흐린 하늘 한 모서리 깨끗이 닦고 싶어 궐기한 사람들처럼 무리지어 피나 보다 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