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비 물봉선 – 양시연 따라비 가는 길은 묵언정진 길이다 그것도 가을 하늘 단청 펼친 오름 앞에 어디에 숨어 있었나, 놀래키는 물봉선 그래 저 떼쟁이 예닐곱 살 떼쟁이야 선천성 농아지만 그래도 소리는 남아 어마아, 어마 어마아 그 때 그 소리는 남아 그때 그 소리만 붉디붉은 꽃으로 피어 꽃을 떠받치는 저 조막만한 하얀 손 나에게 손말을 거네, 어마아 어마어마 ♧ 두륜산에 걸린 봄 - 김미영 나는 왜 땅끝에 와도 북쪽만 보는 걸까 굽이굽이 두륜산 둘러앉은 봉우리들 그 속에 땅나리 같은 대흥사도 피었다 그래서 내 발길도 예까지 왔었나보다 그댄들 연리근 앞에 약속 한 번 없었을까 물소리 굽이쳐가도 여태 남은 저 낮달 때마침 장삼 자락 어느 청춘 걸어 나와 종 한 번 고백 한 번 당 목에 실어낸다 내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