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 슬픔은 드러나지 않게 둥지를 튼다 -큰곶 검흘굴에서 큰 슬픔은 드러나지 않게 둥지를 튼다 큰곶 검흘굴 들어가는 굴천장이 무너져도 여기 살고 있는 이끼들, 고사리들, 돌무더기들 하늘로 몸을 드러낸 채 나무뿌리들도 공중으로 발을 내민 채 위태롭게 바람을 딛고 빛 속에 서 있다 캄캄한 세상 아직도 무자년 하늘빛 어둠이 쌓여 있다 하늘이 펑 뚫려 살 만한 세상 열리기 이 동굴 어디에 숨어서 기다리던 이들 다 죽어 없다 동굴은 삶의 길이 아니라 죽음의 길이었던 것을 더 이상 깊숙이 나는 걸어갈 수가 없다 ♧ 용눈이오름 휘어진 곡선이 관능적이다 매혹적인 여인이 살고 있다 마주보이는 다랑쉬오름보다 가파르지 않아 안심된다 입구에 도착하니 싸락눈이 쏟아진다 용눈이 능선 오르는 것은 그리운 이 만나는 기분이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