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억새 억새의 날갯짓은 파도다 내 생의 바다에서 파도치는 영혼의 물결이다 그래도 억새는 억새고 나는 나다 억새는 바람에 서걱거리며 온몸으로 날아오르는 물새가 되기도 한다 그 소리가 하늘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런 억새 보러 억새 세상 나는 간다 저승에서 새였던 억새 이승에서 날개를 접어버린 새 온몸 뼈만 남게 바람에 말린다 빛을 보듬고 하늘에 머리를 조아린다 제주 가을 들녘은 억새들의 사원이다 ♧ 바위 연꽃 부처손 옆에 얼굴 환하게 내민 자그만 바위연꽃 연화바위솔 세상 욕심 없어 만족하다는 듯 앙증스럽게 피어 있다 온몸이 불꽃덩이로 타오른다 깨달음을 얻어냈을까 이파리조차 하나하나 꽃잎이 된다 바닷가 바위틈에서나 꽃 피우던 바다 버리고 언제부터인가 제주수목원 온실에 나 앉아 오가는 중생에게 보리를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