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 동문로터리 닭내장탕 - 오승철 어느 도시에도 찾기 힘든 닭내장탕집 무김치 너덧 개면 접시가 넘치지만 그 식당 아줌마 볼도 김치처럼 물이 든다 닭장에 갇히거나 아파트에 갇히거나 닭의 길, 사람의 길, 그게 그걸 테지만 아리랑 아리랑 같은 구불구불 닭내장길 무김치와 닭내장탕, 아줌마와 사십 년 간판 궁합도 저리 맞아야 세상맛을 아는 걸까 주문을 넣기도 전에 보글대는 저 냄비 ♧ 별천지 – 문순자 산이 깊어 그런가 별이 별을 부른다 자정을 훌쩍 넘긴 내설악 어느 절 마당 낮에 본 불사리탑이 별처럼 반짝인다 불상 하나도 없는 대웅전 들어서면 통유리창 안으로 언제 들어오셨나 비워둔 연꽃좌대에 가뿐히 앉아계신다 새벽 다섯 시면 하산을 한다는데 그렇게 부처님과 뜬눈으로 지샌 별들 벗어둔 등산화에도 독경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