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방 - 김병택 겨울밤,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세상 여기저기 떠돌던 탁한 소리들이 초가집 등불 앞에 기립한 채로 모여들었다 심심할 땐, 쉰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일부러 가사를 바꾼 ‘렛잇비’를 낡은 집 뒤뜰에서 여러 번 불렀다 억지로 들판을 건너는 일과 다름이 없었다 매일 바라보는 산은 어느 날, 어느 시간에도 성직자처럼 낮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나무에 앉은 매미들이 합창소리와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빛이 함께 바다 속으로 우르르 물러가곤 했다 메마른 산등성이를 달리던 노루가 웬걸, 아득한 공중을 향해 뛰어올랐다 요즈음과 판이하게 달랐던 시대의 이념 금속성의 연설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이제, 한 톨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은 ♧ 밥심 – 김순선 오랜 세월 견디어 온 고목 같은 식당 이름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