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일장 여기저기를 돌다 들어선 고향에서처럼 우아한 언어들은 결코 만날 수 없다 백화를 좇는 말들이 무성할 뿐 바다가 출렁이고, 따뜻한 봄날에는 굳었던 좌판들이 조금씩 움직이고, 바위 같은 침묵으로 휩싸인 바닥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흔들린다 쨍그랑 쨍그랑 여기서는 엿을 파는 할아버지의 가위소리 울림이 하도 길어서 옛날 들었던 기억을 붙잡고 있으면 십 년 만에 친구를 만나는 우연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게 일어난다 각설이 타령 또한 끊이지 않고 쉼 없이 펄럭이는 포장 속에는 시장의 생존방식이 꿈틀거린다 젊은 남자가 쉴 새 없이 귤 상자를 차에서 내려놓는다 석양은 오늘도 붉게 타고 있고 ♧ 깨어나는 집 낮에는 햇살이 자주 흩뿌려졌고 새들이 날개 스치는 소리도 들렸다 밤이 되면 창호지를 바른 초가집 조그만 방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