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부부의 통화 – 이수미 거기 요양 생활은 지낼 만하오? 입맛 없어도 끼니는 꼭 챙겨 먹고 반찬 입에 맞지 않으면 식당가서 입맛 돋우는 걸로 사 먹고 아파도 먹어야 통증을 이겨낼 힘이 납디다 꿈에 저승사자 자꾸 온다고 정신 줄은 놓지 마오 우리 만나면 손잡고 맛난 거 먹으러 갑시다 이번 항암 치료 마치고 당신 보러 갈 테니 여보! 그만 울어요 ♧ 회향 - 도경희 딸기를 딴다 생수 같은 오월 아침 한 생이 붉게 익어 골짜기 가득 아찔한 살 내음 풀어 놓는다 열매를 다 내어 준 딸기나무는 밑동째 잘려 어린 것에게 태양을 들여보낸다 무엇을 망설이는가 나 또한 한 해만 살고 가는 들꽃인 것을 ♧ 가장 위험한 동물 – 이산하 몇 년 전 유럽 여행 때 어느 실내 동물원을 구경했다. 방문마다 사슴, 늑대,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