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외 4편 – 김시종(곽형덕 옮김) 새해 며칠간은 채널을 돌려도 새해를 축복하는 웃음이 넘쳐났다. 화면 한가득 공감을 모으고 또렷이 영봉 후지산도 빛난다. 경사진 들판이 흐릿하고 아득한 도호쿠에서 녹슨 그네가 늘어진 채 삐걱대며 홀로 서지 못 했다. 온종일 바람이 휘몰아치고 사내는 조각상이 돼 고목 그늘에 있다. 싱글벙글한 내가 우연히 그것을 언뜻 보았다. 클로즈업된 그래프가 맹렬히 아래위로 움직이고 주가가 몹시 널뛰는 새해였다. 새해는 벌써 흥청댄다. 머지않아 초목이 움트는 신춘이다. 다시 돌아가지 못 할 집이지만 덩굴 풀 자라고 꽃이 핀다. 풀고사리 무성한 중생대까지도 혹은 넘어야만 할 막막한 시간이 그 언저리에서 떠돈다. 구름은 낮게 드리우고 눈을 뒤집어 쓴 묘비가 쓰러진다 나는 수선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