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이도행 버스 – 이기헌 저 버스를 타면 나는 오이도에 갈 수 있다 그토록 쉬운 일을 왜 모르고 세상을 살았을까 터벅터벅 집으로 가는 사거리에 멈추어 서서 문득 내 앞을 스쳐 지나는 오이도행 버스를 바라본다 꿈처럼 날아갈 수는 없는 것 막연히 그리워만 했던 그 낯선 곳에 마음을 묻고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내일은 어쩌면 홀연히 저 버스에 오를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이 간절히 가려 한다면 나는 주저함 없이 떠나리니 ♧ 상사화 3 – 임승진 죽을 만큼 보고파도 만날 수 없어 사무치게 여위어 홀로 피는 꽃 잡힐 듯 멀어져 가는 이별이지만 떠나지도 못한 채 피고 짐이 하나이더라 ♧ 소나기 – 성숙옥 즐거운 비가 옥잠화의 꽃대를 길게 세운다 후드득, 바닥이 푸석거리고 투명한 소리의 화음이 후덥지근한 세상을 관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