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왕 – 김수환 기왕이라는 왕 있었네 슬픈 왕이 있었네 이래도 저래도 슬플 뿐인 거였다면 그 세월 나랑 기쁘고 나하고 슬프지 어차피 빈 배로 갈 거 같았으면 먼지같이 가볍게 그늘같이 숨어 있을 나 태워, 없는 듯 가지 나를 좀 데려가지 한 겨울 마음만 남아 눕지도 못하는 마른 풀처럼 외로울 거면 나하고 외롭지 곧 녹을 숫눈과 같이 사랑할 거면 나랑 하지 그도 저도 아니면 징표라도 주고 가지 어느 날 아무 때 목줄 하나 주고나 가지 나와는 멀고 먼 폭군 기왕이라는 왕이 있었지 ♧ 결 - 공화순 아무리 들여다봐도 알 수 없는 무늬들 나무의 결 같기도 하고 물의 흐름 같기도 하고 지나온 시간의 부름켜, 누군가의 궤적 같은 어쩌면 내 안에도 수많은 흔들림이 흐르다가 멈추며 몸을 켜고 있겠지 결이 더 치밀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