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래는 죽지 않는다 – 장문석 오해하지 마시라 우리는 물고기가 아니야 같은 물속에 산다고 툭하면 육법전서를 들이대는데 우리 그 따위 그물망에 걸리지 않아 말하자면 너희들과는 근본적으로 혈통이 다르다는 얘기지 아마 보았을 거야 너희들의 아가미로는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창공을 향해 분수처럼 치솟는 무지갯빛 허밍 코러스를 물론 우리에게는 암흑시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야 바다의 치안이 부실해진 틈을 타 무법천지로 날뛰며 우리 족속의 등줄기에 사정없이 작살을 내리꽂던 그 엄혹한 중세를 우리는 역사서에 꼼꼼히 적어 놓았지 우리 조상의 내장과 지방질로 짜낸 등불을 밝히고 성스러운 살점을 뜯어먹던 적들의 만행을 읽으면서 우리가 얼마나 권토중래를 노렸는지 아는지 모르겠네 얼마 전 새로운 법령이 공포된 것을 거기에 금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