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 - 강영은 당신은 나를 건너고 나는 당신을 건너니 우리는 한 불빛에 닿는다 눈발 날리는 저녁과 검은 강물처럼 젖은 이마에 닿는 일 떠나가는 물결 속으로 여러 번 다녀온다는 말이어서 발자국만 흩어진 나루터처럼 나는 도무지 새벽이 멀기만 하다 당신의 표정이 흰색뿐이라면 슬픔의 감정이 단아해질까 비목어처럼 당신은 저쪽을 바라본다 저쪽이 환하다 결계가 없으니 흰 여백이다 어둠을 사랑한 적 없건만 강둑에 앉아 울고 있는 내가 낯설어질 때 오래된 묵향에서 풀려나온 듯 강물이 붉은 아가미를 열고 울컥, 물비린내를 쏟아낸다 미늘 하나로 당신은 내 속을 흐르고 나는 당신 속을 흐른다 ♧ 추억의 솔렌자라Solenzara – 강중훈 어젯밤 산책길엔 가마우지 한 마리를 만났네 녀석은 바닷가 바위 끝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