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뼈와 인대 조개 한 마리 뼈 사이에서 조용히 부드러운 살을 내밀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조개 한 마리 부드러운 발을 뱃속으로 숨기고 꽉 다물어 버린다 밖에서는 더 이상 조개의 문을 열 수 없다 양쪽에 붙어 있는 하얀 인대가 뼈보다 힘이 더 세다 세상은 뼈가 아니라 인대가 움직인다 ♧ 딸꾹질 요즘 자동차들은 달리기 시작하면 철커덕, 감옥의 문이 잠긴다 문에 기대어 쉬던 하느님이 놀라 비틀거리며 잠금 버튼을 누르신다 공기가 오염되어 숨쉬기 어렵다고 딸꾹질하며 하느님이 가둔다 나는 걷는다 감옥의 문이 싫어져서 천사들이 좋아져서 하느님과 함께 걷는다 거리에서는 아직도 나의 포깍질 소리와 하느님이 딸꾹질 소리가 들린다 ♧ 관덕정 죽어서도 오백 년 천 년 쓰러지지 않는 나무가 있다 살아서도 투표용지 같은 잎들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