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막일기 - 오영호 한라산 정기서린 금월길 69번지 두 칸 연담별서*를 사철 경호하는 귤나무, 감나무 비파 모과 황칠 두릅나무 연통이 끌어안은 회색 벽 바로 앞에 녹슨 문 덜컹거리는 돌벽 창고 하나 서로가 쳐다만 볼 뿐 한 마디 말이 없는 각색의 사람들이 농막에 찾아들면 낡은 카세트의 클래식 선율 따라 추사와 괴테 장자 소월이 책장을 걸어 나오고 방안을 가득 채우는 오가는 말의 향기에 참새 직박구리 입 닫고 나무에 앉아 귀 세워 풍류(風流)를 즐기는지 떠날 줄 모르는 꽃샘추위 물렀거라 자투리 흙 가슴에 호박 고추 상추 가지 무 배추씨 심어 넘침도 모자람도 없는 웰빙 밥상을 꿈꾸고 설레는 5월 바람이 가다가 돌아오듯 짙은 귤꽃 향기에 발 멈춘 그대여 꿀벌들 윙윙 소리에 온 섬이 분주하네 물외** 냉국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