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집 어느 날부터 사람 사는 냄새가 사라져 빈집은 점점 허약해지고 적막강산 저체온증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빈집이 폐허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얼마 만인가 집을 떠나 유배 생활을 한 지가 병원 생활을 뒤로하고 잠깐 귀가했다 음식 냄새가 나고 말소리가 들리고 발소리 잦아져 싸늘하게 쓰러져가던 빈집에 생기가 돌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 고장 난 로봇 그는 점점 앵무새를 기르고 싶어 해요 오늘의 평화를 위하여 주인이 원하는 말만 해야 하는데 앵무새는 자꾸 헛소리만 해요 그는 점점 애완견을 기르고 싶어 해요 주인이 돌아오면 달려 나가 겅중겅중 꼬리를 흔드는 복사꽃이 화사하게 피어오르다가도 금세 살얼음판 아무리 조심조심 발을 옮겨도 삐거덕 삐거덕 자세히 바라보면 서로 닮은꼴이면서도 바라보는 곳이 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