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활절 아침 – 양시연 그냥 가도 좋으련 아주 가도 좋으련 섬 건너 오름 건너 담장 건너 마당까지 온 세상 메아리 돌 듯 돌고 도는 돌림병 내 남편은 어디서 어떻게 걸렸을까 세상에 반항 한 번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순순히 받아들였나, 전단지 받아들 듯 아침저녁 겸상하고 숟가락 바꿔 봐도 스스로 네 인간성 네가 알 거라는 듯 내게는 구원의 손길 내밀지를 않는다 ♧ 홀어멍 국수집 - 김미영 누구나 그렇게들 살아낸다 하지만 변소 표 공동수도 걸쭉한 욕 한 바가지 국수 맛 소문난 그 집 서문시장 한 귀퉁이 홀어멍집, 화투패도 딱 맞아떨어진 날 족발에 쌀막걸리 흥얼흥얼 탑동바다 그때쯤 어느 단골의 수작질도 보인다 하굣길 삼삼오오 재잘재잘 단발머리들 슬쩍 기운 사내 어깨, “아빠 온댄 전화 왔어요” 새초롬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