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당한 핑계 - 양시연 용수리는 내 고향 떠나는 땅이었다 저마다 수평선을 안 넘으면 안 되는 듯 가서는 그저 그렇게 돌아오질 않았다 얼굴이며 이름마저 가뭇가뭇 잊힐 무렵 적당한 핑계를 대며 친구들이 돌아온다 반세기 거슬러 와서 동창회가 열리다니! 그래, 용수리는 돌아오는 땅이다 그 옛날 도 괜히 여기 흘러왔을까 반도에 첫 미사 드린, 돌아와야 하는 땅이다 ♧ 섬 잔디 지듯 - 김미영 아침에 문안 인사 저녁에 소쩍소쩍 소쩍소쩍 소쩍소쩍 그 소리 되돌아와 황사평 섬 잔디 지듯 그렇게 소쩍소쩍 가야호 삼등칸에 실어놓은 연륙의 꿈 어쩌다 사라봉 기슭 둥지를 틀어놓고 백구두 날 선 백바지 한량 같은 내 아버지 반세기 세월 따라 영평동 끝자락에 순리이듯 반역이듯 그렇게 나란히 묻혀 그 옛날 순댓국 냄새 소쩍소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