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백일홍 분홍분홍 - 황현중 어릴 적 나는 공부를 지독 못했다 시험지에 늘 날카로운 사선 가득했으니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살갗에 칼날 스치는 것처럼 아프지만 딱 한 번뿐이었던 내 인생의 환희 오답을 정답으로 내 시험지를 사선 대신 동그라미, 동그라미로 가득 채우시며 너는 오답이 아니야, 하시던 아픈 그때 나의 아름다운 선생님 나머지 공부로 저물어 가는 창 너머 내 가슴 파고들던 분홍분홍 목백일홍 어려운 이 세상 나는 여전히 오답으로 살기에 바쁘지만 오답의 눈물 속에서 피어오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답 목백일홍 분홍분홍 ♧ 꽃 몸살 – 강우현 병점성당 벚나무 아래 응답받지 못한 기도만 서성이는 저녁 꽃들의 유혹 고봉이다 죄인처럼 고개 떨군 로만칼라는 무슨 방패로 막아내느라 게으른 일꾼처럼 걷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