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 김미외 나무는 언제나 볼 수 있는 거라 생각했어요 새순 돋은 잎이 무성해지고 초록이 노을빛으로 스며드는 거라 생각했어요 본다,라는 말이 어찌 이리 아린지요 눈 한번 깜박이면 세상을 다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동공을 크게 뜨면 꽃이 피고 어느새 손바닥에 꽃이 올려져 있으니까요 꽃을 빤히 들여다보려니 눈이 아파와요 이 통증이 과연 눈에서 오는 것인가, 그러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깜깜한 어둠 걸음이 멎고 울음이 흔들려요 검은 나무 검은 꽃 그리고 검은 당신 봄이 멈추고 빛이 사라져 이렇게 끝나고 마는 것인지 두 손을 비벼 손바닥을 두 눈에 대고 마법을 걸어요 괜찮아, 눈을 뜨면 여전히 나무를 볼 수 있을거야 봄은 내게서 떠나지 않을 거야 ♧ 영점사격 - 김성중 버스에서 내려 배를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