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포 종점 - 박숙경 추령재를 지나면서부터 더 설레었네 포구에 닿으면 온 바다가 내 것인 양 들뜬 기분으로 읍내를 통과해야 하네 문득, 예리한 시선에 포착된 감포 종점 밤이 깊어야 했지만 분명 한낮이었고 나도 모르게 마포 종점이 입술을 빠져나왔네 있을 리 만무한 갈 곳 없는 밤 전차를 호출하는 사이 갈 곳 바쁜 자동차들은 녹슨 간판이 걸린 다방 거리를 지나가네 불행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고 오가는 사람들 눈빛에 담긴 무수한 기다림도 읽지 못했네 차들은 수평선 쪽으로 자꾸 달아나네 내가 이다음 지나가는 사람이 될 때 궂은비 정도는 내려주겠지 포구 맞은편 그야말로 옛날식 항구 다방 구석진 자리 물 날린 비로드 의자 위에 쓸데없이 명랑해지는 엉덩이를 주저앉히고 퀴퀴한 냄새 따윈 모른 체하며 늙은 마담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