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귀울림이 심한 날 용수리를 발음해본다 부딪히는 어머니 말, 자나미로 밀려오면 곱숨비질 건너에서 호오이 소리가 매조제기에 떠돈다 내가 누구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바다 너머 풍경은 그렇게 모두 되돌아온다 어두운 생(生) 환히 밝힌 어머니를 통해서… 2023년 5월 김신자 ♧ 풀바른 구덕* 일생이 마디라서 부러질 줄 몰랐네 빳빳이 풀 먹이고 단정히 펴 바르면 두어 평 남루한 마루 알록달록 환했네 천조각 뜯어내어 상처들 덮은 무늬 상웨떡 담긴 모습이 꿈처럼 번지는 건 자식들 뒷바라지한 어머니 흔적이네 몇 번을 덧바르면 가난도 말라붙고 쥐오줌빛 얼룩들이 서성대다 멈출 때 무뚱에 졸음 한 짐을 들고 오던 겨울 햇살 --- * 풀바른 구덕 : 대바구니가 헐어서 종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