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박 중심 – 이향지 단맛에 끌려 앉혔으니 호박이 우리 밥상의 중심이었다 흐린 아침이면 더 밝은 등을 켜던 호박꽃 호박 하나 따다 줄래 따낸 구덩이에 잔반을 묻어주던 어머니 따다 드리면 너무 작다 퇴짜 맞고 다시 따온 호박에는 씨가 쪼로로 박혀 호박은 내 이명의 태초 호박 하나 따다 줄래 싫을수록 더 멀리로 달아나던 귀 골짜기가 많아, 골짜기가 많아, 흔들어 보면 호박씨 메아리 더 세게 흔들면 엄마의 잔소리 넝쿨 호박을 먹고 호박에게도 먹이며 길고 무더운 계절을 붙잡고 넘었다 어떤 호박이나 떡잎 두 장으로 시작하지만 장독대 옆 호박은 불같아 먼저 흙이 되고 밭두렁 누렁탱이는 서리 때까지 버텨 보약이 되었다 단맛에 끌러서 모였으니 우리 밥상의 중심은 바뀔 줄을 몰랐다 ♧ 기린 – 장문석 기린은 아주 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