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말 - 양시연 오십 대 중반에도 저렇게 예쁠 수 있다니! 그녀가 다녀간 날은 어김없이 비가 왔다 여태껏 한마디 말도 세상에 못 내뱉어본 그랬다 농아였다, 선천성 농아였다. 여성상담하는 내게 무얼 자꾸 말하려는데 도저히 그 말 그 몸짓 알아듣질 못했다 나는 그날부터 수어手語 공부 다녔다 기어코 그녀의 말, 그 손말을 알아냈다 그렇게 하늘의 언어 아름답게 말하다니! ♧ 어느 등짝 - 김미영 누가 이 섬 안에 부려놓은 바위인가 녹동항 배에 실려 아버지 등에 실려 열세 살 소년의 눈에 여태 남은 어느 등짝 여기까지 업고와 등을 돌린 그믐달 칠십년 흘렀지만 단 한번 보지 못한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그리운 서울 한쪽 창파에 떠 있지만 소록소록 소록도 한센병의 섬에도 연애질은 있었나보다 눈 한쪽 귀 한쪽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