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2023/06 29

남대희 시집 '어느 날 찾아온 풍경들의 기억'(1)

♧ 시인의 말 처음에 나는 시詩가 세상의 꿈이고 희망이었음 했다 지금도 그렇다. ♧ 자화상 조각구름들 작은 섬들이라면 여기 나는 작은 돌고래 슬픔을 분수같이 토해 내는 진화하지 못한 포유류 억만년 원죄 어쩌지 못하는 아가미도 없는 물고기 힘찬 유영으로도 닿지 못하는 본능의 대륙붕 너머 마른 모래톱 비늘 털어 내고 지느러미 잘라 내고 뭍으로 기어오를 그 날에 선혈처럼 붉은 해당화 ♧ 포스트잇 우리네 사는 마을은 다 거기서 거기에요 색깔이야 각자 다르지만 서로서로 등 붙이고 살다가 떨어질 땐 쉽게 떨어져야죠 너무 꽉 붙으면 언젠가 찢어지는 아픔을 겪을지도 몰라요 이별할 땐 예쁜 기억만 살짝 메모해 두는 ♧ 피뢰침 빛바랜 옥탑 우뚝한 라만차 돈키호테의 녹슨 창 햇빛 쨍쨍한 날 뜨거운 인내 지루한 기다림 폭풍우..

문학의 향기 2023.06.22

'혜향문학' 2023년 상반기호의 시(2)

[초대작품] ♧ 들풀 – 민병도 허구한 날 베이고 밟혀 피 흘리며 쓰러져 놓고 어쩌자고 저를 벤 낫을 향기로 감싸는지… 알겠네 왜 그토록 오래 이 땅의 주인인지 ♧ 민들레 방점 - 권숙월 민들레는 책벌레다 바람의 글씨, 물의 문장, 구름의 책 언제 다 읽어내려는지 시험 공부하듯이 중요한 대목마다 방점을 찍어간다 그의 오래된 꿈은 하늘의 백과사전에 방점을 찍어보는 것이지 아기별들과 밤새워 사진 속 온갖 사연들을 읽는 것이지 부푼 꿈 이루려 날개를 달아보지만 아직은 머나먼 기다림이다 봄이 펼쳐놓은 이야기책에 방점을 찍는 밤이면 그 기다림은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 온다 ♧ 앉은뱅이꽃 – 김연동 여리고 작은 꽃이 시위하듯 피고 있다 흐린 하늘 한 모서리 깨끗이 닦고 싶어 궐기한 사람들처럼 무리지어 피나 보다 저만..

문학의 향기 2023.06.21

문영종 시집 '물의 법문'의 시(4)

♧ 가을 억새 억새의 날갯짓은 파도다 내 생의 바다에서 파도치는 영혼의 물결이다 그래도 억새는 억새고 나는 나다 억새는 바람에 서걱거리며 온몸으로 날아오르는 물새가 되기도 한다 그 소리가 하늘을 깨뜨리기도 한다 그런 억새 보러 억새 세상 나는 간다 저승에서 새였던 억새 이승에서 날개를 접어버린 새 온몸 뼈만 남게 바람에 말린다 빛을 보듬고 하늘에 머리를 조아린다 제주 가을 들녘은 억새들의 사원이다 ♧ 바위 연꽃 부처손 옆에 얼굴 환하게 내민 자그만 바위연꽃 연화바위솔 세상 욕심 없어 만족하다는 듯 앙증스럽게 피어 있다 온몸이 불꽃덩이로 타오른다 깨달음을 얻어냈을까 이파리조차 하나하나 꽃잎이 된다 바닷가 바위틈에서나 꽃 피우던 바다 버리고 언제부터인가 제주수목원 온실에 나 앉아 오가는 중생에게 보리를 보여..

문학의 향기 2023.06.20

월간 '우리詩' 6월호의 시(2)

♧ 눈물 결혼식 – 김세형 외로운 이 밤 내가 Day Dream의 “tears”를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까닭은, 네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네 눈물이 그리워서이다. 내 눈물을 병에 담아 네게 보낸다. 네 눈물을 내 눈물이 담긴 병에 담아 내게 보내 줄 수 있겠니? 아직 날 위한 눈물이 남아 있다면. ♧ 들고 나며 들고 나며 - 나영애 우굴우굴 생명을 품은 개펄 질퍽한 펄 속에 아기들이 자랐지 들고 나는 바다가 있어 아기 씨를 품을 수 있었지 개펄이 사랑을 잃었던가 그렁그렁한 물을 잃었고 말라 갔지 더는 새 생명을 잉태할 수 없었다네 생기를 잃은 개펄 어느 날 번쩍 허공을 가르는 번개가 피고 천둥이 둥둥 지축을 흔들더니 말라 굳어진 개펄에 출렁출렁 바다가 오고 어루만지며 또 만져 주었다네 축축하게 풀리..

문학의 향기 2023.06.19

정군칠 시집 '물집'의 시(3)

♧ 나비 상여 외따로 난 산길 나비 날개를 어깨에 맨 개미들 간다 죽어서 맴돌기를 멈춘 나비 오색무늬 제 몸이 만장이 된다 ♧ 벌초 예닐곱에 죽은 이름도 모르는 형의 산소에 MP3 이어폰 한쪽을 놓는다 투정을 부리듯 비릿한 풀내음이 낫 끝에 묻어난다 아버지 산소 앞 상석에 담배 한 대 올린다. 풍년초를 피우시던 입맛, 박하향 가느다란 궐련을 마다하지 않으실까 “콜레스톨이 낮다네요. 어머니” 봉분의 엉겅퀴를 뽑을 때 뚝, 뿌리가 끊긴다 엉겅퀴 가시에 찔린 살 속으로 끈적끈적한 액체가 스며든다 풀비린내 가시지 않는 손으로 가정의학사전을 뒤적인다 안구다습증 ♧ 할머니 장터는 나의 태반이다 새벽잠 설친 할머니의 고개가 자꾸만 한낮의 태양 아래로 기운다. 그 사이 몇 개의 채반은 비워지고 고이춤의 꼬깃꼬깃한 지전..

문학의 향기 2023.06.18

'혜향문학' 2023년 상반기호의 시(1)

♧ 다시 법정사지에서 – 강상돈 고지천을 가로질러 한참을 올라갔지 법정악 허리춤에 흔적만 남은 돌담 지치고 힘든 세월을 에워싸고 있었다 법정사란 이름도 샘물 있어 불렀다지 그 물로 밥 짓던 솥 검붉게 녹이 슨 채 외진 곳 틈바구니에서 속울음을 토해낸다 승려도 신자도 누구나 할 것 없이 죽음으로 맞선 곳, 맨 몸으로 맞선 곳 왜경들 총격 앞에서 피할 겨를 없었다 이곳에선 바람조차 흐느끼지 않는다 봄볕에 취한 신록이 절룩거리며 가고 그날*을 증언 하는가 까마귀소리 요란하다 ---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이 일어난 1918년 10월 7일 ♧ 법정사에 핀 동백꽃이여 – 강태훈 법정사에도 4월의 동백은 피를 토하듯 붉게 피어나고 있었다 1918년 9월 법정사에서는 민족혼이 투철한 스님들의 주도하에 항일의 주민 봉기대..

문학의 향기 2023.06.17

홍도의 섬 풍경

홍도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섬으로 1965년 4월 7일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제478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섬 주위에 펼쳐진 크고 작은 무인도와 기암절벽들은 오랜 세월 풍파로 깎여 절경을 이루며 바닷물은 깨끗하고 맑아 바다 속 10m를 들여다 볼 수 있는데 해저경관 또한 아름답기 그저 없다. 홍도에는 1리와 2리 두 개의 마을이 형성되어 있으며, 왕래는 배를 이용하고 있다. 우리 일행은 깃대봉을 오른 후 유람선을 타고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사진은 홍도를 한 바퀴 돌면서 찍은 것 중에서 몇 컷 골랐다. ♧ 홍도 - 문효치 -슬픈여 슬픔이 자라면 바위가 되는가. 귀싸대기를 먹이며 끊임없이 달려붙는 파도에도 닳지않고 오히려 한 자씩 커 올라오는 견고한 슬픔이 되는가. 그 많은 날 햇빛으로도 그 ..

국내 나들이 2023.06.16

흑산도와 홍도 여행 가요

모임에서 흑산도와 홍도 갑니다. 다녀올게요. 6/13 화요일 08:00 제주공항집결 09:05 광주로 출발 13:00 목포항 출발 15:30 홍도 도착 섬 돌아보기, 깃대봉 산행 후 1박 6/14 수요일 유람선 타고 섬 주위 돌기 15:30 홍도항 출발 16:00 흑산도 도착 버스 타고 섬 돌아보기 후 1박 6/15 목요일 09:00 흑산항 출발 11:00 목포 도착 목포 해상 케이블카 타기 17:40 광주 출발 18:30 제주 도착 해산 ♧ 동백꽃 피거든 홍도로 오라 - 이생진 나뭇잎은 시달려야 윤이 난다 비 바람 눈 안개 파도 우박 서리 햇볕 그 중에 제일 성가시게 구는 것은 바람 그러나 동백꽃나무는 그렇게 시달려야 고독이 풀린다 이파리에 윤기 도는 살찐 빛은 바람이 만져 준 자국이다 동백꽃은 그래서..

국내 나들이 202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