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미꽃 – 정순영 가난한 손녀 집 사립에 쓰러져서 양지바른 곳에 피어난 하얀 털옷 할미의 용서하는 이른 봄 적갈색 아픔을 아는가? 깊은 한의 사무치는 사랑으로 세상의 몹쓸 것을 내어 쫓는 할미의 선한 눈에 고인 하늘빛 슬픔을 ♧ 지근거리 사랑 – 김동호 ‘至近지근거리에서 밉지 않게 지근대는 아이가 있었단다 ---- 콧대 높은 그 노처녀 결국 그 아이에게 시집갔단다’ 치매 아니신데도 치매 할머니처럼 이 이야기하고 하고 또 하시는 우리 할머니 당신 이야기 같다 ♧ 휘파람 밥 – 권순자 이팝나무가 휘파람 불면 구름이 가지마다 꽃밥을 단다 환한 밥들이 그릇마다 넘치고 배고픈 기억이 출렁인다 와락 꽃들이 휘어잡는 새벽 열정 설레는 주문은 이미 도착한다 필수품이 도착할 때마다 눈멀고 귀먹은 다정한 번뇌 좌절과 ..